주님의 이름으로 태국에서 평안의 인사를 올립니다.
지난 한 해 동안 저희 가정과 태국선교를 위해 함께 기도해 주시고 귀한 선교헌금으로 후원해 주신 한 분 한 분께 진심으로 감사함을 전합니다.
저희 기도제목과 근황을 전하는 시기가 이번에 많이 늦어져서 죄송합니다.
선교편지를 쓰기위해 몇 번이고 펜을 들었다가 다시 내려놓기를 반복하였던 지난 몇 달이었습니다.
교회와 일반성도님들께 보내는 선교편지를 쓰려고 책상에 앉으면 왠지 한국에 홀로 계시는 연로하신 어머님에게 소식을 전할때와 같은 마음이 듭니다.
“선교지에서 우린 건강하게 잘 적응하고 있어요... 걱정 안 하셔도 되요.. 특별히 필요한 것 없으니 그냥 기도만 해 주세요..”
이렇게 말씀을 드려야 비로서 편지를 읽으시는 분들이 안심하실 것 같아 마음 속 깊은 곳의 이야기를 꺼내 놓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또한 저희 가정을 개인적으로 잘 모르시는 성도분들에게 너무 자세한 속 마음을 전하는 것도 왠지 선교사로서의 자질이 부족해 보이거나 현지 적응을 못하고 있는 건 아닌지
불필요한 걱정을 끼쳐 드리고 싶지 않아 매번 망설여지는 것도 사실이었구요..
하지만 적어도 저희들을 잘 알고 계시는 가족, 친구들 그리고 믿음안에서 형제 자매로 맺어진 여러분들과는 진실된 속 마음을 나누고 기도부탁을 나누어도 괜찮을 것 같아... 용기를 내어 기도편지를 드립니다.
이곳 태국에서 두 번째 맞이한 작년 크리스마스와 올 새해는 아직까지 저희 가족에겐 익숙하지 않은 시간인 듯합니다.
선교사 초년생이라면 모두가 겪는 선교지에서의 외로움과 홀로됨이 아직까진 저희 가족 모두에겐 낯설기만 한 것 같습니다.
파송을 받고 처음 태국에 도착했을 때 만해도, 이미 30여년전에 미국에서 이민자로서의 삶을 한번 경험했었고 그래서 새로운 나라와 문화, 그리고 말이 통하지 않는 곳에서 어떻게 스스로 생존해야 하는지를 직접 몸으로 부딪쳐 본 저로서는 나름 꽤 자신이 있었던 것 같았습니다.
아내 또한 모든 친정식구들을 한국에 두고 홀로 미국에 와서 공부하며 새로운 나라에서 겪는 어려움과 고충을 누구보다 절실히 경험했기에 태국에서의 새로운 정착은 비교적 무난할 것이란 막연한 기대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American Dream을 이루기위해, 그리고 더 나은 미래와 교육을 위해 미국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것과 선교사로서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하기 위해 영적 전쟁이 난무하는 태국이란 나라에서 선교사로서의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것은 서로 너무 많이 다름을 매일 경험합니다.
사실 일상 생활에서 비교되는 미국에서의 삶과 태국에서의 삶은 질적인(Quality) 면에서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큰 차이가 있지만, 어차피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태국에 온 것이 아닌 이상, 일상 생활에서 오는 불편함은 어느정도 극복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하지만 선교사로서 이곳에서 매일 부딪치는 영적인 공격은 한번도 경험해 보지 않은 것이기에 직접 부딪쳐보니 매우 힘겨운 싸움임은 틀림없는 것 같습니다.
수시로 찾아오는 영적인 고갈과 무기력증 그리고 계속해서 영적인 에너지를 빨아 삼키는 이곳의 문화와 현지인들과의 관계들 그리고 매일매일 내 자신의 연약함과 부족함을 바라보며 낙심하는 순간들이 반복됩니다.
미국에 처음 이민가서는 그래도 한인 이민 교회라는 공동체안에서 같은 이민자라는 동질성을 바탕으로 예배와 교제를 통해 어느정도 타향살이의 설움과 아픔을 공유할 수 있었고, 또 교회라는 신앙 공동체가 마치 든든한 울타리처럼 나에게 영적인 쉼을 허락해 줬다면, 선교사로서 선교지에서의 타향살이는 마치 광야에 혼자 내버려진 듯한 심정입니다.
모든 것을 스스로 자급자족해야 하며 혼자서 영적인 문제도 해결해야 하고 일상생활에서 닥치는 어려운 문제를 스스로 해결해야 하기에 쉽게 영적 탈수를 경험합니다.
매일 아침마다 갈급한 심령으로 주님의 얼굴을 구하고 성령님의 도우심을 구하는 저의 모습이 마치 사막에서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 치는 어린아이와 같습니다.
그런 순간이 올때마다 정말 하늘만 쳐다보며 기도할 수밖에 없음을 고백합니다.
아무것도 의지할 수 없고 그 누구에게 기댈 힘도 없을 때 그저 하늘만 바라보며 기도합니다. 그리고 불쌍한 종에게 주님의 긍휼과 은혜를 부어주시길 간절히 기도하고 매달립니다.
“내가 산을 향하여 눈을 들리라 나의 도움이 어디서 올까 나의 도움은 천지를 지으신 여호와에게서로다 “ ( 시편 121)
요즘은 이런 힘겨운 과정들조차 하나님의 섭리안에서 선교사로서 꼭 거쳐야 하는 ‘힘 빼는 훈련’ 이라 생각하며 인내하고 있습니다.
마치 혈기 왕성했던 모세를 사용하시기 전에 미디안 광야에서 40년 동안 양치기를 시키며 ‘힘 빼는 훈련’을 시키셨던 것처럼 저희들도 동일한 훈련과정 가운데 있음을 기도 가운데 깨닫게 됩니다.
처음 태국에 도착해선 무엇이든 다 할 수 있을 것만 같았던 나의 열정과 주님을 위해서는 목숨까지 버리겠노라 다짐했던 의기양양했던 ‘내 힘과 내 능력’을 내려놓고 전적으로 주님의 도우심과 은혜만을 간구하는 훈련을 거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요즘은 제 기도가 많이 달라졌음을 느낍니다. 선교사로 처음 부르심을 받고 준비하는 기간 내내, 그리고 선교지에 도착한 초기에는 하나님의 나라를 위해 그리고 이 태국 영혼들을 위해 저를 사용해 달라는 기도를 많이 드렸었습니다. 그리고 사역을 잘 할 수 있도록 기도했습니다.
하지만 요즘의 제 기도는 매일 아침 그저 오늘 하루도 하나님의 긍휼과 자비를 부족한 저와 저희 가정에 부어 주심을 간절히 간구합니다. 그리고 이 태국땅의 수 많은 영혼들을 위해 이미 일하고 계시는 주님의 그 일하심 가운데 저희들이 조금이나마 주님 걸아가신 그 길을 따라갈 수 있도록 주님의 은혜만를 구합니다. 더불어 저희를 태국땅으로 부르신 그 부르심에 합당한 길을 열어 달라고 간구하고 있습니다.
부족하시만 현재 기도하고 있는 저희들의 기도제목에 여러분들의 중보기도를 구합니다.
1.저희 가정이 주님 안에서 영적으로 잘 무장하여 계속되는 영적 싸움에서 승리하고 성령충만한 선교사로서 부르심에 합당한 자로 이 길을 잘 걸어갈 수 있도록 기도 부탁드립니다.
2. 장애아동 사역을 시작하기 위한 현지 장애사역 관련 동역자/협력자들을 잘 만날 수 있도록 기도 부탁드립니다.
저와 아내는 이곳 태국의 영혼들을 마음에 품고 매일 꿈을 꿉니다.
아브라함에게 하늘의 수많은 별과 모래사장의 모래를 보여주시며 앞으로 아브라함을 통해 열방의 백성들을 하나님의 자녀로 불러주실 것을 꿈꾸게 하셨던 것처럼 저희들도 이곳에서 태국의 수많은 영혼들이 주님께 돌아오는 모습을 그리며 꿈을 꿉니다.
매일 아침 눈을 뜨고 태국사람들을 만나고 이들과 대화하고 이들이 사는 모습을 보면 내 꿈은 도저히 이루이 질 것 같지 않은 허망한 꿈인 것처럼 한숨만 나오지만, 내 꿈이 아닌 주님 주시는 약속을 믿으며 오늘도 나의 힘이 아닌 주님 주시는 힘으로 달려갑니다.
“ 믿음은 바라는 것들의 실상이요 보지 못하는 것들의 증거라” ( 히브리서 11:1)
계속해서 태국영혼을 마음에 품고 기도해 주심에 감사를 드립니다.
사랑하고 축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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