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8월 5일은 저희 가족이 태국 땅을 밟은 지 꼭1년이 되는 날이었습니다. 언어도 날씨도문화도 모든 것이낯설기만 했던 태국에 정착하며 1 년이란 시간을 보내는 동안 일일이 나눌 수없는 크고 작은 상황들 가운데에서도 은혜와 사랑으로 저희 가족을 돌보시고 함께하셨던 주님을 찬양합니다.
1년전... 선교지에 처음 발을 디딜때만 해도 앞으로 일어나게 될 일들에 대한 기대 반, 걱정 반으로 태국에서의 삶을 시작했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정작 매일 매일 반복되는 일상은 그동안 앞만 보고 정신없이 달려온 저에겐 온유함과 기다림을 배우는 훈련이었고 하나님만을 신뢰하며 나의 것이라 생각했던 것들을 하나씩 주님 발 앞에 내려놓는 훈련의 연속이었습니다.
“네 하나님 여호와께서 네 마음과 네 자손의 마음에 할례를 베푸사 너로 마음을 다하여 뜻을 다하여 네 하나님 여호와를 사랑하게 하사 너로 생명을 얻게 하실 것이며" (신명기 30:6).
한국에서 태국 비자를 준비하던 중, 갑자기 발견된 건강 이상을 알게된 즈음 하나님께서 주신 말씀이었습니다.
나는 이미 하나님을 사랑하고 그 생명으로 살아가고 있는데, 이건 무슨 말씀일까.. 그 때는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하나님은 이곳 선교지에서의 삶을 통해 이 말씀이 제 삶가운데 생명력있게 살아서 역사하는 것을 경험케 하길 원하셨습니다. 또한 제 마음 가장 깊은 곳의 중심에서, 나뉘어지지 않는 온전한 마음으로 하나님 한분만을 더 사랑하는 것을 깨달아 알 수 있도록 인도하셨습니다.
하나님의 사랑을 알고, 그 사랑의 증거인 예수그리스도 안에서 기쁨으로 살아가는 삶. 복음을 받아 누리고 복음을 살아내고 복음을 전하는삶.. 그리고 1년이 지난 지금, 하나님의 그 사랑이 나를 살리셨고 이 풍성한 삶으로 인도 하셨음을 기쁨으로, 감사함으로 고백할 수 있습니다.
감사하게도 선교지라는 특수 환경을 통해 하나님은 제게 주님 한분만을 더 붙잡을 수 있는 은혜를 주셨습니다. 지난 1년간, 광야와 같게만 느껴지는 이곳에서 제 경험과 지식에 결코 의존할 수 없는 일들이 수시로 닥쳤습니다. 그러나, 과거였다면 늘 해오던 나의 방식대로 대처했을 일들에도 ‘주님’ 한분만을 부를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때마다,주님은 내 방식이 아닌 그분의 방식 대로 응답해 주셨고 무거운 짐이 아닌 평안을 더해주셨습니다. 매일의 만나를 통해 말씀 가운데 만나주셨고, 찬양 속에 서 속삭이듯이 위로해주셨고, 두려움을 놓지 못하는 제게 하나님을 더 신뢰할 수 있는 믿음을 허락해주셨습니다.
당연히 나의 것이고 내가 주관할 수 있다고 막연히 생각해 왔던 나의 건강, 나의 가족, 나의 생각과 가치관,나의 성격, 자녀 교육... 내가 붙잡고 있는 그 모든 것을 하나씩 하나씩 주 발 앞에 내려놓게 하셨습니다.
생각해보니, 내려놓기만 하면 하나님께서 가장 최고의 것으로 채워주실 수 있는데, 내가 쥐고 스스로 해결하려했던 것들이 너무도 많았던 것 같습니다. 주를 위해 많이 포기했다고 생각했던 교만 가운데 마음속 깊히 아직도 내가 쥐고 안달하고 있는 것들이 보였습니다. 아직도 상황 가운데, 나의 유익을 먼저 생각하려는 이기심이 보였습니다. 기회가 있을때마다, 하나님 아닌 것에서 기쁨을 찾아보려는 제 모습이 보였습니다. 마음을 둔하여지게 하여, 하나님 나라를 생각하지 못하게 하는 일상의 염려하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그렇게 나의 연약한 부분들이 말씀앞에서 여지없이 드러나는 고통스러운 과정들을 통해, 하나님은 내 마음에 남아있던 어두움들을 온전한 사랑의 빛으로 밝혀 주셨습니다. 언제나 그 크신 사랑앞에 설 때면,나는 온데 갈데 없음을 경험합니다. 오로지 처음부터 그 자리에 계셨던 하늘 아버지의 끊을 수 없는 사랑과 예수그리스도의 기가막힌 은혜만이 나를 덮을 뿐입니다.
신실하고 정확하고 강력한 그 사랑. 그 깊고 따뜻한 사랑.. 내 어지러운 모든 생각을 마비시키시고 내 맘의 동요를 한방에 멈추어 주시고 내 모든 변명을 잠재우기에 충분하고 충분한 그사랑..
어느 찬양의 가사처럼 그 사랑이 나를 숨쉬게 하고 그 사랑이 나를 이끄십니다. 그 사랑이 오늘도 나를 주의 십자가곁에 한발자국 더 나아가게 하고 그사랑이 오늘도 내 마음 한가득 주의 마음과 눈물로 채우십니다. 그러면 고백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주님! 그 사랑이면 충분하고 충분합니다. 주님 , 보이는 것 없고 들리는 것 없지만, 저는 이 일에 주께 순종하는 것이 기쁨입니다. 무언가 거창한 일을 함으로서 주를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도, 오늘도 내게 맡기신 사명에 주님의 뜻을 기쁨으로 행하기 원합니다.
태국 언어를 배우기 위해 매일 학교를 오가며 태국과 태국 사람들을 생각합니다. 아직은 이들이 즐겨먹는 향신료 강한 음식이 입에 썩 맞지 않고 일년내내 무덥고 습한 이곳보다는 가끔은 캘리포니아의 그 선선한 바닷바람이 그립지만, 이들과 마음속 깊은 이야기를 나누며 그들의 눈물을 닦아주고 이들의 언어로 예수님을 전하기 위해 오늘도 태국어를 배우러 학교로 향하는 매일의 반복되는 삶을 살아 내고 있습니다.
이 편지를 쓰면서 저희 가족이 출석하는 태국 교회의 목사님 설교가 문득 떠오릅니다. 성경에는 99 마리 양을 둔채 1 마리 양을 찾아 나서시는 예수님의 모습이 나오지만, 기독교 인구가 1% 도 안되는 태국에는100 마리중 99 마리 양이 다 길을 잃은 채 목자없이 여기저기 흩어져 울고 있다구요.
아마 자신들이 길을 잃은 것도 모르고 울고 있는 듯 합니다. 아마 자신들의 영혼이 매일 울고 있는것도 모르고 있는지도 모르지요.
교회 한쪽 벽에 걸려있는 그림이 눈에 들어옵니다. 추수를 해야 할 황금색의 곡식이 가득한 그림입니다. 마치 이 태국땅을 향한 하나님의 마음인 것 같게만 느껴집니다.
“사람으로는 할 수 없으나 하나님으로서는 다 할 수 있느니라" (마 19:26)
하나님이 오늘도그 백성을 부르십니다. 선한 목자는 오늘도 잃어버린 양들의 이름을 부르십니다.
지난 수백년동안 조상 대대로 불교가 자신들의 정체성이 되어 버리고 사회와 국가의 모든 법과 시스템이 불교라는종교의축으로움직이는이곳에서, 태국의 영혼들에게 하나님의 긍휼과 자비가 부어지길 기도합니다. 어두움 가운데 방황하는 이들에게 예수그리스도의 생명의 빛이 비취길 기도합니다. 죽을 수 밖에 없는 죄인에서 왕의 자녀가 되는 이기쁜 생명의 소식 가운데 태국인들이 반응할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육신의 편안함과 안정감에 가려진, 마음속 깊은 곤고함 앞에 태국인들이 마음을 열고 예수그리스도를 영접할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그래서, 예수그리스도로 죽고 예수그리스도로 사는 예수의 제자들이 태국 곳곳에서 일어날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그리고 이 복음의 생명을 전하는 멋진 일에 하나님이 불러주신 저희 가족이 기쁨으로 사용되기를 기도합니다.
이 태국 땅에 하나님 나라를 소망하며, 오늘도 신실하게 일하고 계시는 주님을 바라봅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 없음을 알기에, 우리의 사랑과 지혜와 능력으로는 감당할 수 없음을 알기에 주님을 더 붙잡습니다. 그리고 말씀하신 그 일을 행합니다. 매일의 삶 가운데 하나님의 뜻이 온전히 이루어지기를 기도합니다.
찬송가의 가사처럼 나아갑니다. 의지하고 순종하는 길... 주 안에서 복되고 기쁘도다...
이은아 선교사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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